Life at USC, LA 오늘의 기록

미국 온지 2주일 쯤 되어가는데, 아직 그럭저럭 잘 살고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요 근래 몇년간 이렇게 인생을 즐겼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다시 오기 힘들 요 행복한 느낌을 기록으로 남길겸, 그래서 나중에 '그래 저런 날들도 있었지...'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할겸, 그리고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저를 걱정해주실 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요 근래 한 일들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사실, 막상 뭐하고 살고 있는지 쓰려고 하니까 쓸게 없네요. 허허. 왜냐면 아무것도 안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로 하는 일 없이 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낄낄낄. 집에서는 인터넷이 안돼요. 정확히 말하면 내 방 한 구석에서만 아마도 저 멀리 사는 누군가의 AP가 희미하게 잡혀서 도저히 인터넷을 할 상황이 못됩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아이팟에 담아온 영화를 보고 또보고 또또보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대사를 외울 지경입니다.

USC에서는 방을 할당받았습니다. EEB 건물의 314호. 정말정말 좁은 방에 세명이 쓰지만, 실험실로 아예 위치를 옮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당분간은 교수님 방이 따로 생길 때까지 교수님과 함께(!) 방을 쓰게 될 것 같습니다. 한진택배로 부쳤던 컴퓨터와 계측장비들이 오늘에서야 도착했습니다. 오렌지카운티로 보냈던 짐을, 학교에 마침 있을 때 배송지를 변경해서 편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배달하는 아저씨가 무거운 짐 힘들게 가져다 주셨는데, 팁을 드려야 했던 걸까요...

차 문제 때문에 어떡해야 하나 문제가 많았는데, 교수님과 같이 쓰지 않고, 우리 차는 우리만 쓰기로 했습니다. 저녁 시간에 라켓볼 치고 늦게 돌아와야 하는 일도 있고, 아무래도 차를 같이 쓰면 시간 맞추는 것들이나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아서, 한달에 15만원 내외 더 들것 같은데 그래도 따로 쓰기로 했습니다. 2002년식이지만, Honda Accord, 좋은 차더군요. 차도 넓고. 처음 차를 가져보는 것이니, 배우듯이 잘 다루어야겠습니다. 사람들 놀러오면 모시고 다녀야 하니까요.

오늘은 학교 갔다가 주차권 샀다 다시 집에 오고, 다시 저녁에 가서 운동을 했습니다. 학교 안에 훌륭한 체육 시설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weight training 시설은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개인 라커도 빌릴 수 있고, 라켓볼 코드 4면에, 스쿼시 코드 2면도 있습니다. 올림픽 때 사용한 야외 수영장도 있더군요. 잘 갖추어진 훌륭한 시설인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학생에게 무료라는 점입니다. 아쉽게도 visiting scholar는 학비를 안 내므로 무료는 아닌데, faculty/staff 요금을 적용받아, 여름 반학기 $40, 가을 한학기 $70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weight training, 수영장, 라켓볼 등을 이용하는데 한 학기에 단 10만원이라니! 놀라운 일입니다. 그리고 또 마음에 드는 한가지는... 여기서 weight training하면 한국에서 할 때보다 심리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 같습니다. 뭔 말인고 하니, 나보다 말라 보이는 사람도 나보다 무거운 덤벨을 가뿐히 드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압박이 되거든요. 그러다 앞에 가슴 두꺼운 형님 한분 지나가 주시면 열심히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저녁엔 돌아와서 재현이 형 고모님께서 챙겨주신 LA갈비를 구워먹었습니다. 어제 먹고 또 먹는데도 맛있더군요. 그렇지만 오늘 저녁 식사의 백미는 LA갈비와 함께 한병 딴 밀러 맥주였습니다. 땀 흘려 운동하고 샤워하고 집에 돌아와 잘 익은 쇠고기와 함께 마시는 시원한 맥주라니! 창밖엔 캘리포니아 야자수 너머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아, 이렇게 산다면 100살도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슬픈건, 이런 여유있는 삶의 행복이 곧 끝날 것이라는거죠. 이제 학기 준비 시작하면 평일에 이런 여유는 부릴 수 없겠죠. 그렇지만 평일에도 저녁 6시나 7시면 쉴 수 있을 거고, 무엇보다 토요일 일요일은 자유로울테니,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일이죠. 히히.

그나저나, 벌써 살이 찔 기미가 보이는군요. 허허 이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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