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를 다녀와놓고 '여행'으로 분류해서 글을 쓰자니 민망함이 해운대 쓰나미마냥 밀려온다. 사람들이 보면 비싼 돈 들여 학회 가놓고 놀다만 온 것이냐! 라고 하면 그렇지 않다! 라고 말해주겠다. 세션 시간에는 열심히 듣고, 전시회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선물과 경품을 모으며 다)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학회에서의 기술적인 이야기는 사실 별로 블로깅 하기 재미있는 주제는 아니다. 따라서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만 할테다.
긴 길이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는! 7월 25일 토요일, 지도에 봐도 아무것도 없는 5번 하이웨이 허허벌판을 장장 7시간동안 달렸다. 구글맵에 의하면 5시간 50분을 달려야 하는 378마일. 내 차는 나만 보험에 든 상태라 같이 가는 교수님이나 선배가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혼자 계속 운전해야 했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쉬어 주고 저녁을 먹고 하니, 출발한지 8시간이 넘어서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힐튼 호텔. 패리스 힐튼이 샌프란시스코를 와도 안 묵는다는 바로 그 호텔. 학회장이랑 비교적 가깝긴 하지만, 그리고 관광객들에게는 훌륭한 위치에 있지만, 썩 좋은 호텔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호텔값이 싸기 때문에 그 가격이면 사실 더 가깝고 좋은 곳에서 묵을 수 있었다.
7월 26일 일요일에는 다음날부터 있을 University Booth에 포스터를 아침일찍 좋은 곳에 붙였다. 점심에는 차이나타운에 갔다. 샌프란시스코는 큰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기 이민사회에 엄청난 수의 중국인이 유입되었고, 금문교도 거진 중국인이 만든거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샌프란시스코 출장에는 금문교도, 알카트라즈도 보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금문교와 알카트라즈를 못 보다니! 그렇지만 2007년 출장때 봤으니 뭐. 대신 이번엔 차이나타운 한가운데를 지나 중국식 식당엘 갔다.

차이나타운을 지나다가 본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Transamerica Pyramid). 전엔 몰랐는데,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건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아래쪽이 그냥 사무실인건 별로 중요할 게 없는데, 위쪽 15층은 주택이라고 한다! 샌프란시스코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겠지. 안개싸인 금문교와, 샌프란시스코의 야경을 매일 즐길 수도 있고. 아니, 매일 보면 오히려 질리려나. 그나저나 뒤에서 얼굴 내밀기는 재암이형의 취미.

점심을 맛있게 먹고 배가 부른 여섯명이 길가다가 한 미친 짓. 선글라스 쓰고 표정을 숨긴 재현이형은 반칙. 상용이는 썩소를 지은건지. 재암이형의 표정을 새로울 것이 없다. 나의 피둥피둥한 얼굴은 적나라하구나. 동화형은 얼굴이 반만 나왔네. 그러나, 핵심은 주은이. 니가 짱먹어라. 남자들끼리 다니면 이런 사진 막 찍고 그냥 막 올려도 되고 좋다 (... 안되나?).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한장.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어떤 노숙자가 "Take my picture for twenty bucks!"라고 하더라. 샌프란시스코 노숙자 혹은 거지들 중에는 재미있는 사람도 많다. 횡단보도 앞에서 빈 유리명에 이마를 대고 물구나무를 서서 동냥하는 사람도 봤다. 어떤 거지는 지나가던 사람이 담배꽁초를 버리려고 하자 "No! No! No! No!"하며 받아들어서 필터를 빼고 깊이 한모금 쭈욱 빨고 버리고는 옆의 거지랑 하이파이브를 하더란다. 이렇게 좀 활기있는 사람이면 동냥수입도 더 좋으려나.
7월 27일 월요일부터는 학회가 시작되었다. 우리 연구실의 전시는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에 잡혀있었다.

이번에 전시한 연료전지와 시뮬레이터 양쪽에 모두 발을 담궜던 터라, 설명하는데 분주했다. 일단 우리팀의 연료전지 시스템이 눈에 확 띄는 물건이라 다른 학교 부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EDA 커뮤니티에서는 연료전지란 생소한 주제이기 때문에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의 연구자들도 종종 호기심을 보였다. 시뮬레이터도 nVidia나 Synopsys 등의 회사사람들도 관심을 가졌다.

7월 29일 수요일 둘째날 전시. 동화형의 노심초사 모드. 이번 데모에서 예상보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발하면서 해왔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 가동했기 때문에 걱정이 되셨나보다. 그래도 DAC 데모와, USC, 그리고 UCI까지 10시간 이상 성공적으로 잘 동작시킨 동화형, 몸+마음 고생을 많이 하셨다.

우리 부스에 찾아온 SUNY의 Patrick Madden 교수님과 한컷. 다들 점심을 못먹고 Mentor Graphics 부스에서 훔쳐온 머핀과 음료수로 점심을 떼우고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Synopsys의 리셉션에서 (블루레이 플레이어와 함께) 받은 "Built for Tough Verification" 티셔츠. 기념티셔츠 치고 꽤 마음에 든다.

피곤해염 뿌우~
목요일까지 학회를 듣고는 7월 30일 금요일에 다시 차를 몰아 로스엔젤레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은 잠시 휴식.
7월 31일 금요일에는 다시 길을 떠났다. 매년 DAC가 끝나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2박 3일의 캠핑. 한국에서 텐트와 발전기까지 가져와야 했지만, 이번에는 로스엔젤레스 상주팀이 있어서 여러모로 준비하는게 수월했다. 캠핑 장소는 Palm Springs 근처의 Mt. San Jacinto State Park의 Stone Creek.

구글맵에 따르면 약 116마일 거리를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차를 (또 혼자) 몰고 갔다. 이번엔 교수님 차를 따라가야 하는 길이어서 쉽지 않았다. 다른 차를 따라 움직이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웬만하면 '어느 지점에서 만나자'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다.
사실 10번 하이웨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았다. 산에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구절양장! 미국 와서야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고 다니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엄청나게 꼬불꼬불한데다가, 미쿡 녀석들은 어찌나 그런 길에서도 빠르게 내려오는지. 게다가 날은 저물어 석양에 눈까지 부셔서 쉽지 않은 운전이었다. 30분가량 그런 길을 지나 캠핑장에 도착하니 진이 쫙 빠졌다.

그 와중에 운전 안하는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번 캠핑의 주제는 '대륙의 캠핑'이었다. 차 두대에 발전기, 텐트에 8명분의 개인 가방과 6다발의 장작묶음, 먹을 것 등등을 다 쑤셔 넣고 왔으니 놀라운 일이다. "더이상 들어갈 수가 없어!"하면서도, 가면서 뭐 더 살때마 어떻게든 들어가게 되더라. 차 두대에 얼만큼 쑤셔넣고 8명이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륙의 기상!

발밑에 장작, 무릎위엔 먹을 것, 옆은 이불을 껴안고 좋아하는 재암이형?

이런 캠핑장이었다. 학생 6명이 같이 쓴 대형 텐트가 보인다. 교수님은 아드님이랑 다른 텐트를 쓰셨다. 저 대형 텐트가 얼마나 크냐 하면, 반으로 칸이 나누어져 있는데 6명이 한 칸에서 다 잤다. 원래 8인용일텐데, 짧은 동양인은 14명도 잘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밤엔 엄청나게 춥기 때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자는게 좋다. 나도 재작년 캠핑 때 엄청나게 고생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바지도 두개, 위에 긴팔도 두개 끼워 입고 잤는데도 다음날 목이 부어서 고생을 했다.

그래도 비교적 멀쩡한 둘째날 아침. 셋째날 아침은 몰골이 골룸이었다.
이번에는 쇠고기, 닭고기, 소세지 등 다양한 고기를 구워먹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진이 형이 없던 탓인지, 쇠고기 스테이크가 영 지난번 같지 않았다. 물론 이렇게 장작불에 구워먹는 쇠고기 맛이야 훌륭하긴 하지만, 예전만한 맛이 안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둘째날 밤에 인근 마트에서 종에이 둘둘 말아서 사온 쇠고기는 꽤 괜찮았다. 고구마랑 감자 구워먹은 것도 정말 맛있었는데, 먹을 땐 다들 먹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찍을 생각을 아무도 안 했나보다. 달랑 하나 있는 소세지 굽는 사진.

밤하늘엔 별도 많았다. 3대 연애동아리 중 두개에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상용이는 AAA에서 배운 지식을 가지고 별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작업용 멘트도 꽤 많은 모양인데, 그날은 써먹을 데가 없었다.

둘째날은 근처의 Lake Hemet에서 낚시를 했다. 8명 중 제대로 혼자 낚시를 해본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장비 준비해주는 것 같은거를 도맡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고백하건데, 나도 민물 낚시는 혼자 해본 적이 없다. 바닷가 낚시는 여러번 해보았지만, 민물 낚시는 도움받아서만 한번 해본 것이 전부다. 민물고기는 바닷물고기와는 달리 입이 약해서 릴 조절을 어렵다. 또한 사전준비가 없어서 어떤 깊이에서 어떤 물고기를 노려야 하는지도 모른 상태였다.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삐질삐질)

이렇게 배도 타고 나갔지만...
조업 결과는 0마리. 내가 한번 낚싯대가 휘어지는 입질을 느끼고, 동화형이 한번 뱃전까지 고기를 끌어올리다가 놓치는 경험을 했을 뿐, 낚싯대를 잡은 다섯명 모두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낚시 라이센스와 장비 구입, 배 빌리는데 쓴 돈이 수백불인데, 고기를 한마리도 잡지 못하다니... 뭐, 모터보드 타는 재미는 있었으니 만족. 하지만, 엄청난 후유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어떤게 내 다리게?
실제로는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하다. 몇시간 안되는 시간이지만 반바지 입고 배에 앉아있는 동안 무릎이 빨갛게 익어버렸다. 특히 동화형은 물집이 생길정도로 심하게 탔다. 다들 다리 탄 것에 고생하여 약국에서 화상약을 사다 바를 지경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치킨+떡볶이+오징어튀킴에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코로나에, 한국처럼 레몬 조각 찔끔 넣는 것이 아니라, 라임을 1/4로 잘라 통채로 쭈욱 밀어넣었다. 캬... 이런 맛이지. 다들 피곤했겠지만, 그렇게 맛있게 먹기도 힘들거다.
아, 오랜만에 어마어마하게 긴 포스팅이었다. 이렇게 사진 많이 넣고 글 올리는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




덧글
bassist. 2009/08/10 01:16 # 삭제 답글
히야 진짜 재미나게 보내고 있구나...몸 조심히 잘 다녀오거라~
세라프 2009/08/10 06:55 #
ㅎㅎ 늘상은 아니지만, 가끔은 이런 일탈이 있어야 사는 것 아니겠어? 한국에서는 그러지도 못했지만...
jing 2009/08/10 09:40 # 삭제 답글
ㅋㅋㅋㅋ 미쿡 갈만한데?-_-야야 근데 별 진짜 많다!!!!!
세라프 2009/08/10 09:52 #
새벽에 찍어서 저 정도지, 한밤중엔 훨씬 더 많다구 ㅎㅎ
飛烏 2009/08/10 16:34 # 삭제 답글
장교주님 배가 많이 나오셨구나[...]
세라프 2009/08/16 12:48 #
ㅋㅋ 슬퍼하시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