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090905-090907) 데스밸리, 라스베가스 여행 - Day 2 문화와 여행

사실 이날은 아침일찍 Bryce Canyon에 갈까 하던 날이었다. 그러나 알아본 결과, 라스베가스에서 그곳까지는 차로 네시간 이상 걸린다. 거기서 하이킹을 하고 싶었지만, 하이킹이 최소 두시간 이상 걸리면 도합 열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해서 둘째날은 라스베가스 안에서만 여행하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전날 호텔로 들어오면서 라이온킹 뮤지컬 광고를 보았던 것이다! 라이온킹 뮤지컬, 너무너무 보고싶은, 내 공연관람 숙원사업중의 하나인데!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라스베가스의 상설 공연은 2009년 5월에 시작했다고 하니, 이걸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었다. 이런 급의 호텔에서 주는 아침이래봐야 뻔하지. 감자, 스크래블 에그, 베이컨, 소시지를 기본으로 시리얼과 간단한 빵, 더욱 간단한 과일과 우유, 커피 등이 나온다. 운이 정말 좋은 경우는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오믈렛이 있지만,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직접 만들어먹는 와플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있다, 있어! 와플 기계와 반죽이 있어, 직접 뜨거운 와플을 만들어먹을 수 있다! 오믈렛이 없어도 용서해줄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을 얹은 부드러운 와플~ 완전 좋아.

아침을 든든히 먹고... 또 잠들어버렸다 (...) 괜찮아, 오늘은 밤늦게까지 공연 보고 놀테니까, 체력을 잘 아껴둬야지! 라스베가스는 밤의 도시이니, 오전에 좀 자두는 것도 좋다구! 라고 애써 위안하면서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호텔밖으로 기어나왔다. 아,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라 구름 한점 없이 하늘이 맑구나!

라스베가스에서만 가능하다는 '호텔 관광'을 시작했다. 스트립 주변에 늘어서있는 대형 호텔들을 안팎에서 구경. 어젯밤에 간 베네시안 호텔의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게 아쉽군. 겉모습도 겉모습이지만, 건물 안에 작은 운하가 있고 정말로 뱃사공이 있다. 그런데 그곳은 천장을 하늘처럼 그려놓고 밝게 해두어서 정말로 낮에 야외에 있는 느낌이다! 신기한 것도 신기한 것이지만, 관광객들에게 밤을 잊고 (...) 놀 수 있게 하는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Paris Hotel. 파리를 테마로, 실제 에펠탑의 1/2 크기의 에펠탑이 있다. 입장료를 내면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갈 수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다고 한다. 파리에서 진짜 에펠탑을 보았으면 더욱 감흥이 있었을텐데, 진짜는 안 보고 짝퉁만 보려니 "와~ 똑같네"라든지 "뭐야~ 너무 작아"라든지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냥 그런가부다... 이걸 보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라스베가스에 와서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졌다. 자신들의 도시를 테마로 미국사람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호텔의 테마로 이용되었다는 건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라고 여길만 할테니, 자랑스럽지 않을까. 만약에 거대한 건물을 한옥 스타일로 꾸미고 Seoul Hotel이라고 이름짓는다면, 한국 사람으로서 뿌듯하지 않을까 한다. 파리 호텔은 파리시민 할인 이런거 없나?
Bellagio Hotel. 앞에 보이는 예쁜 호수에서 15분 혹은 30분마다 멋진 분수쇼를 한다. 낮에는 낮대로, 밤에는 밤대로 멋지다. 매번 다른 음악을 배경으로 하니, 보고 또 봐도 지겹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호텔은 스트립의 거의 중앙쯤에 위치하고 있어, 차를 대놓고 돌아다니기 좋다. 나도 여기에 주차를 해두고 스트립 구경을 했다. 밤 10시 30분에는 이 호텔의 공연장에서 'O' 쇼를 관람하게 되고.
MGM Grand Hotel 앞의 MGM 그룹의 상징 사자. 영화 볼때 사자가 리본 안에서 '우왕'하는 게 MGM의 영화다. MGM이 라스베가스에 여러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데, MGM Grand야말로 MGM 호텔의 중심이 아닌가 한다. 어휴 멋있어.
그리고 그 맞은편의 New York-New York Hotel. 뉴욕의 상징으로 빼놓을 수 없는, 아니 이거 빼면 뉴욕을 생각할 수 없는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등 뉴욕의 고층빌딩을 형상화한 건물 사이로 난데없는 롤러코스터가 다닌다. 아... 얘네들 센스는 정말...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에서 선물한 거라고 하던데, 그 프랑스의 상징 에펠탑과 나란히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스트립 남쪽에 있는 Luxor Hotel의 입구를 지키는 스핑크스. 애가 좀 맹하게 생긴데다가 발이 곰 발바닥마냥 동글동글 크고 귀여워서 참 뭐랄까, 위엄이 없다. 스핑크스도 알고보면 사자인데, MGM의 사자의 포스같은게 없단 말이지. 이집트 사람들이 보면 좀 기분 상하려나.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라는 문화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겠지. 룩소르 호텔의 또하나의 백미는 밤에 피라미드 첨부에서 수직으로 하늘로 쏘는 광선. 썩 잘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멀리서 룩소르 호텔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스베가스 하면 또 연상되는 것이 적은 양의 옷감을 쓴 의상을 입고 하는 쇼인데, 과연 명불허전. 서울 골목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야한 언니들의 광고쪽지가 길바닥에 저렇게 널려 있었다. 대낮에도 여러 사람들이 줄지어서 유니폼을 입고 저런 광고를 나누어주고 있다. 길거리의 대형 전광판에도 선정적인 광고가 계속되어 안전 운전에 지대한 방해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저런 쇼는 보러 가지 않았다. (정말로!)

오후 4시 Mandalay Bay Hotel 공연장, 드디어 라이온킹을 보는구나! 아 근데, 돈 없는 자의 서러움. 너무 멀잖아... 라이온킹 뮤지컬에서 놓쳐선 안되는 것이, 섬세하게 꾸며진 동물 가면과 복장인데... 다른 뮤지컬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동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가까에서 이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근데 나는 너무 멀리 앉았잖아. 아마 안보일거야... 정말 안보이더라.

나는 라이온킹 애니매이션을 처음 봤을때, 다른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겠지만, 처음의 'Circle of Life'에 크게 감동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초등학교 6학년 뉴질랜드 작은아버지 댁에서의 비디오 시청. 아, 그 뒤로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다시 그 감동을 뮤지컬로 느낄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내가 마침 라스베가스 여행할 때 공연을 해주는 행운에게도, 그리고 아직은 이러한 것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메마르지 않은 내 감성에게도.
공연을 마치고 나왔을 때, 출입구 근처의 샵에 있는 라이온킹의 악역 대빵. 스카 (Scar). 이런 모습이란 말이지. 나는 저 먼 발치에서 그냥 당신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가까이서 공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도 이 감동 그대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으면... 아쉬운대로 프로그램을 구입했다.

Vons에 가서 컵라면을 사서 호텔에 들어가 먹었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라스베가스에서 컵라면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처량한 기분이 들면서도 뿌듯한 기분도 들었다. 라스베가스의 호텔 뷔페가 그렇게 유명한데, 그걸 놓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음에 즐길 거리를 남겨 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혼자 뷔페가서 먹고 있으면 이상하잖아? 다음에 누군가와 함께 가면 더욱 좋겠지. 혼자 여행할 때나 이렇게 내맘대로 돈 아낄 곳에 아껴서 하고 싶은것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 우울하지는 않았다.
벨라지오 호텔에 'O' 쇼를 보러 가는 길에 마침 본 Mirage Hotel의 분수쇼. 사진으로 보면 정말 그럴싸하게 마그마가 솟구쳐 오르는 것 같구나! 실은 물을 뿌리면서 화염과 조명으로 연출된 것이다. 잘 해놓긴 했는데, 사실 별로 볼 건 없었다. '우르릉쾅쾅'하는 음향 효과가 오히려 좀 유치해 보였다. 그냥 차 타고 지나가면서 본 것에 만족할 만 했다.
'O'쇼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볼 수 있었던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 벨라지오 호텔을 바라보면서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벨라지오 호텔쪽에서 파리 호텔을 바라보면서 보는 것도 좋다. 내가 본 공연의 음악은 유명한 Con Te Partiro (Time to Say Goodbye). 보름달이 뜬 날 밤, 불켜진 에펠탑을 배경으로 춤추는 분수와 함께 이런 음악을 듣는데... 혼자라는게 아쉽고나... 이런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면서 공유할 수 있다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하는 여행 중에 갑자기 밀려온 외로움...

이 그렇게 오래 가지는 않았고, 이제 'O'쇼를 볼 시간이다!
벨라지오 호텔 로비 천장의 예쁜 조형물. 색유리로 된 연꽃잎들. 뒷쪽의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한때 인터넷으로 '보고 있으면 살빠지는 그림'으로 유명한데, 사실은 그림이 아니라 조형물이라는 사실! 살이 빠진다고? 왜? 별로 신빙성이 없지 싶다.
아... 나중에 돈 많이 벌면 꼭 좋은 자리 앉아서 공연 봐야지... 박정현 콘서트를 비싼 돈 주고 좋은 데서 보는데, 역시 좋은 자리에서 보는 공연과, 멀찌감치에서 보는 공연의 감동의 크기는 다르다. 물론 멀리서 더 잘보이는 무언가도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이렇게 멀리는 아니잖아... 무슨 그랜드캐년 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멀리서 광활한 무대를...
'O'쇼는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물이 찼다 빠지는 무대,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과 무대 연출. 그리고 물이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 서커스 연출. 서커스가 이렇게 예술적으로 연출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를 보는 동안, 계속해서 부모님이 생각났다. 우리 부모님도 이런거 보시면 참 좋아하실텐데... 나는 비싼 돈 주면서 이런것 보면서 부모님은 한국에서 한번도 모시지 않는 것이 죄스러웠다. 이 쇼에 대한 리뷰는 나중에 조만간 따로 해볼 생각이다.
무대 입구 앞에서 한장 찰칵. 앞에 전시된 조각품들의 일부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들이다. 집에 하나쯤 있으면 분위기 좀 있겠는데. 사실 부끄럽지만, '물을 주제로 한 공연'이라는 것 밖에, 공연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갔었다. 뮤지컬인지, 연극인지도 모른 채로. 유튜브로 알아볼 수 있었지만, 미리 보면 재미가 덜 할 것 같아 그냥 갔는데, 이런 서커스였을 줄은 또 몰랐지. 사실 언어의 장벽이 전혀 없는 이런 공연이, 세계 다양한 곳에서 오는 관광객을 끌어들이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덕분에 라스베가스에 'Cirque de Soleil'이 오랫동안 많은 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악이 마음에 들어 프로그램과 함께 OST도 사왔다. 이런 공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스베가스에 다른 관광도 관광이지만 공연 관람을 주제로 한 여행도 괜찮겠다 싶다. 상설 무대에서 펼쳐지는 질높은 공연을 다양하게 골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을테니까. 

한시간 반의 의외로 짧은 공연 시간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더운 곳을 돌아다녔지만, 종종 시원한 호텔 안에서 쉰 덕분에 몸이 많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멋진 공연을 두개나 보고 돌아갔다. 셋째날에 다시 먼 길을 혼자 운전해서 돌아다니고 다시 LA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또 일찍 잠을 청했다.

세줄요약:
오전엔 아침 먹고 잤어요.
오후엔 호텔 관광하고 라이온킹 봤어요.
밤엔 O쇼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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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jing 2009/09/12 16:31 # 삭제 답글

    요약이 있는 것이 참 좋쿠나
  • 세라프 2009/09/13 00:41 #

    길게 쓰는 건 나 좋자고 하는거구, 다른 사람들은 보통 사진만 휙휙 볼테니까 ㅎㅎ
    그렇지만 요약만 읽으면 서운하겠지 ㅡㅜ
  • 로이엔탈 2009/09/12 18:30 # 답글

    라이온킹 재미있죠! 의상도 의상이지만 살짝살짝 움직이기도 가능하고, 뉴욕과 같을지 모르겠지만 스카가 생쥐 가지고 놀때 그림자 효과도 좋고! 친구의 남자친구가 예전에 브로드웨이 라이온킹의 무파사 역을 했던 사람이라 보러간적이 있었는데 동물형상화 시킨거 보고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혼자 라스베가스를 다니면 외롭죠... T_T 그 기분 알아요.... 그래서 전 계속 카지노에만 있었다능....T_T....
  • 세라프 2009/09/13 00:43 #

    예! 저 가면은 머리 위에서 상체의 각도에 따라 까닥까닥 하던데! 멀리서는 그냥 '움지이나부다' 정도로밖에 안보이더라고요! 친구의 남자친구가 브로드웨이 주연급배우라니! 대단하십니다! 부러워요~

    라스베가스... 카지도노 저의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하더군요. 한 백만불쯤 땄으면 안 외로웠을텐데 ㅡㅜ
  • jing 2009/09/14 11:13 # 삭제 답글

    아니야. 사실 다 봤어 ㅋ
  • 세라프 2009/09/14 12:59 #

    응 그러면 고맙구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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